1000원 가치도 없는 검찰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이 7일 사직 인사에서 “(국민에게) 검찰이 1000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정치권에서 논쟁이 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심한 정쟁의 소재”로 변질돼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겁니다. 그는 2013년 KBS 수신료 1500원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반면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통과됐다면서 “검찰이 국민들 호주머니 속 1000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이라고 자조하기도. 이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국민이 검찰을 1000원짜리 존재로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은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무작위로 선발된 검찰시민위원회를 꾸려 수사 전 단계에서 판단을 구하고 조사 과정 참관도 허용하자. 수사나 끝나면 백서를 발간하고 모든 재판 기록도 공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여 원장 말대로 ‘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썼던 검찰이 또 시험대에 섰습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부부가 모두 고발됐기 때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장신구 재산신고 누락 의혹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 야당은 대통령 후보 재산등록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명품 보석류 3점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또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렸다.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 야당은 ‘김건희 특검’ 법안도 발의한 상태.
야당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사건 수사를 위해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가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최고 권력층을 공정하게 수사해 ‘1000원 만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 이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