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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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들어가 입대 전까지 봄·가을 한 번씩 경기도 가평의 대성리로 엠티를 떠났다. 경춘선 기차 타고 가며 보는 주변 풍경은 그때도 지금처럼 아름다웠다. 가는 내내 기타 반주로 운동권 가요부터 강변·대학가요제 수상곡까지 메들리로 불렀다. 이상은의 ‘담다디’,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 등이 인기였다. 간간이 섞여 있던 어른들은 학생들 고성방가를 웃으며 눈감아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엠티 간 학생들이 넓은 방에 빙 둘러앉아 선배의 강권으로 사발주를 들이켜는 장면이 나온다. 커다란 냄비 가득 든 술을 폭탄주처럼 돌렸다. 대학 엠티에 율동과 레크리에이션이 포함됐지만 실상은 술 파티였다. 오죽하면 ‘엠티는 마시고(m) 토하기(t)의 줄임말’이란 우스개까지 있었을까.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대성리는 대한민국 엠티 1번지로 통한다. 청량리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고, 무엇보다 북한강 자락이어서 놀 거리가 많았다. 1999년 한국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역 100곳이 기념 스탬프를 제작했는데, 대성리역 스탬프는 청춘 남녀가 탄 나룻배에서 남자가 노 젓는 도안이었다. 이 도안처럼 둘만 따로 타는 나룻배 안에서 무수한 고백과 승낙, 거절의 사연이 탄생했다. ‘나룻배 커플’도 심심찮게 나왔다. 그중 몇몇은 평생 해로하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과(科) 커플만 나온 것도 아니었다. 남자뿐인 공대 학생들은 여대와 함께 ‘조인트’ 엠티를 갔다.

▶대학생 엠티로 먹고사는 대성리엔 코로나 피해가 더 혹독했다. 최고 2300명 넘던 대성리역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지난해 900명대까지 추락했다. 최근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엠티도 다시 시작됐다. 2020년 코로나 사태와 함께 입학한 이른바 ‘코로나 학번’ 학생은 학교 교정조차 익숙하지 않다. 하물며 엠티 경험 있는 학생은 극소수다. 올해 처음으로 엠티를 다녀온 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대성리 엠티” “이제야 대학 생활을 하는 기분”이라고 들떠 말했다. 코로나가 그동안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참 많은 것을 빼앗았다.

▶몇 해 전 대학 동창회에서 입학 30년 기념 문집을 만들어 보내줬다. 열어보니 대성리 한 민박집에서 찍은 동기생 단체 사진이 들어 있었다. 옆자리 동료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나도 있다”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대성리 가던 기차와 숙소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많은 사람이 스무 살 시절 추억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우리 청년들이 이제라도 좋은 추억 부지런히 쌓기 바란다. 단, 과음하지는 말고.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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