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과 리터러시
지난 광복절 ‘사흘 연휴’를 다룬 기사에는 일부 독자가 기사의 사실이 틀렸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3일을 뜻하는 우리말 ‘사흘’을 4일로 이해한 것이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에 의해 소환된 단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을 두고 이 전 대표가 ‘무운을 빈다’고 했더니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인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는 ‘무운(無運)’으로 해석한 기사가 보도됐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은 책을 읽지 않으니 문맥상으로 의미를 추론해 익히지도 못한다. 실제 교사들이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수학 문제가 길어지면 이해하지 못하고, 영어를 한글로 바꿔 줘도 뜻을 모른다.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성인 880여 명을 대상으로 복약지도서 임대차계약서 등을 제시한 문해력 테스트를 했더니 평균 점수가 54점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청소년은 한자어가, 어르신들은 외국어가 낯설다. 남발되는 외국어는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Pick up’(가져가는 곳) ‘Counter’(계산대) 등 한글 안내 없이 온통 영어만 쓰인 햄버거 매장이 ‘노(NO) 노인존’이라며 논란이 됐다. 번역 없이 영어를 그대로 옮긴 신기술 용어와 ‘최애템’(최고로 아끼는 아이템) ‘킹받네’(열받네)같이 영어와 한글을 섞은 신조어가 많이 쓰이는 것도 어르신들의 문해력을 떨어뜨린다.
▷젊은 세대는 말 그대로 문해력이, 노인 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같은 이른바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문해력이 문제다. 고도의 압축 성장에 따른 세대 간 단절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문해력 수준이 높을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가 좋고, 지역사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는 자산인 셈이다. / 우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