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가의 비밀
물건을 살 때 모든 사람이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표'입니다.
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돈의 액수이면서 구매할 제품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가치는 높으면서 가격은 싼 제품을 원합니다. 그래서 마트나 백화점에서 '할인행사'를 하면 소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지요.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판매업체들은 적절히 이용해 가격을 매깁니다.
요즘은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2+1'이나 '1+1' 할인행사 중인 제품이 많습니다. 가격표는 확인하지도 않고 '2+1'이나 '1+1'이 붙은 제품만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가격은 할인된 가격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제품의 가격에 숨겨진 비밀과 과학을 분석해보면,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아주 교묘하게 파고 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할인가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이후 업체들의 대응 논리도 대단합니다.
파격적인 세일로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마트나 편의점의 1+1 상품의 경우 원래 2개를 사는 가격과, 2+1 상품은 원래 3개를 사는 가격과 비슷하도록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신중하게 따진 후에 구매하는 것이 맞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빈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몇몇 대형마트에서 기존 가격이 5000원인 상품을 판매 직전에 1만원으로 올려 팔면서 '1+1행사 광고를 하면서 판매를 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가격이 40만원인 옷을 50% 할인해 20만원에 판다고 할인율까지 표기해 소비자에게 팔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가격의 허점을 발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합니다.
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상품의 가격을 낮춰 판매하거나 할인율 등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할 경우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하게 됩니다.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고발 내용이 옳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관련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업체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업체는 "1+1 행사는 1개를 더 사면 1개를 더 준다는 증정판매를 의미하는 것이지 상품의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를 할인판매로 해석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확장해석인 만큼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법원은 "1+1 행사는 반드시 2개 단위로 구매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할인판매와 성격이 다르고, 소비자들도 할인행사로 오해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업체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실제로 가격을 낮추지 않고 낮췄다고 허위광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이 헷갈리시죠? 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무엇이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것은 또 뭘까요? 정리하면, 할인율을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실제 할인판매가 아닌데도 할인한 것처럼 속이면 죄가 되지만, 1+1 행사는 할인행사가 아닌 증정행사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내리지 않고 50% 할인율을 표시해 판매한 업체는 사기죄로 기소됩니다. 비단 2+1이나 1+1 행사뿐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해 판매하는 '가격표'에 감춰진 비밀은 더 있습니다.
'10000원'과 '9900원'의 가격표가 붙은 상품 중 어느 것이 잘 팔릴까요? 소비자들은 '왼쪽의 자릿수'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맨 왼쪽의 가격 첫 자리를 더 강렬하게 기억하는 것이지요. 가격차는 100원에 불과하지만 9900원을 훨씬 저렴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3000'과 '3.0'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들은 3.0으로 표기된 가격을 더 싸게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심리적 효과를 이용해 일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숫자를 줄여 3500원은 '3,5', 1만5000원은 '15.0'라고 가격을 표기하는 것입니다.
'100-86'과 '-86+100' 중 더 쉽게 계산되는 식은 어느 것일까요? 뺄셈 원리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 수식의 답을 더 쉽게 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인가를 표시할 때 왼쪽에 정가, 오른쪽에 할인가를 표기하면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