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끓는 유럽
영국 기상청은 북반부에 있는 5개 고기압의 영향, 기후변화, 가뭄에 따른 복사열 방출 등 3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포르투갈 연안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를 유럽으로 유입시킨 게 결정타였다. 수분 없이 메마른 땅이 강한 복사열을 뿜어내며 대기를 달군 것도 한 요인이었다.
유럽은 2003년 여름에도 폭염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당시 두 달간 7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대형 식당 냉동고를 시체 안치소로 쓸 정도의 악몽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영국 기온이 40도를 넘지는 않았다. 온도계만 놓고 보면 지금이 더 심각한 모양이다.
유럽인들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폭염에 익숙하지 않다. 집을 지을 때 고온보다는 추위에 대비하는 쪽으로 설계한다. 대부분이 열을 집에 가두는 방식이다. 그러니 날씨가 더워지면 실내 온도가 빨리 올라가게 된다. 게다가 영국 가정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비중도 5%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연구에 따르면 향후 몇 년간 유럽 기온이 올라가는 속도는 전 세계 평균기온 변화보다 빠르고, 폭염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쁜 날씨란 없고 서로 다른 좋은 날씨가 있을 뿐”(존 러스킨)이라는 자기 위안도 별 소용이 없다. 기록적인 더위와 싸우느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방대원들의 하소연에 마음이 짠해진다. / 고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