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우영우
이승민은 두 살 무렵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능지수(IQ)는 6, 7세 수준인 66으로 평균(85∼115)보다 낮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냄새만으로 종류를 알아맞힐 정도로 잔디를 좋아했고, 커서는 푸른 잔디 위를 나는 하얀 공까지 사랑하게 됐다. 중1 때 골프채를 잡고, 고2 때 세미 프로골퍼 자격증을 땄으며, 3년 후인 2017년엔 비장애 선수들도 힘든 ‘골프 고시’ 1부 투어 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발달장애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자폐성 장애인이 운동을 잘하기는 어렵다.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視床)과 신경세포의 집합체인 대뇌피질을 연결하는 경로가 손상돼 있다. 통합운동능력이 떨어져 걸음걸이나 손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자전거 타기를 힘들어한다. 머리로는 자전거의 작동 원리를 아는데 발로는 페달을 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승민 선수의 어머니는 “배우고 나면 금방 잊어버려 끝없이 반복 훈련했다. 공에 집중하고 그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장애인 복지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우영우 같은 변호사는 드물다. 우영우의 실존 모델로 지목된 헤일리 모스는 2019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 ‘플로리다 최초의 자폐증 있는 변호사’로 소개됐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2018년 타릭 엘 아보어가 자폐성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에도 팀 스포츠에서 거둔 성공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2005년 세계장애인수영대회 배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진호가 유명하다. 김진호도 엄마가 24시간 붙어 지내면서 탈의실 사용법, 샤워하는 법, 수영장 예절 등을 비디오 촬영까지 해가며 반복해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