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난 서울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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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토막난 서울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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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발표되는 각 대학 도서관 대출 통계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서울대라고 다르지 않다. 엊그제 나온 서울대 도서관 통계를 보니 학부생 1인당 평균 대출량이 2018년 9.15권, 2019년 8.37권 등 한 해 10권이 채 안 됐다. 그마저 2020년부턴 4권으로 반 토막 났다. 연간 대출이 90~100권 넘나드는 하버드나 옥스퍼드에 비하면 얼굴을 못 들 정도다. 빌려간 책 1위도 의대 교재인 안과학(眼科學)이었다.

▶미국 공립 고교 독서 목록은 권장 도서라고 하지 않고 ‘필독서’라 한다. 수업에 읽고 들어오지 않으면 토론에 낄 수 없고 과제물 작성도 불가능하다. 대학도 다르지 않다. ‘그레이트 북스’라는 교육 과정을 운용하는 세인트 존스대학은 4년간 100권 넘는 고전을 읽어야 졸업장을 준다.

▶비슷한 사례가 우리도 있었다. 10여 년 전 서울대에 그리스 고전 읽기 교양 강좌가 개설됐다. 학기 중 고전 15편을 읽고 작품마다 에세이를 제출하는 강행군이라 ‘기피 강좌’ 후보였다. 그런데 “교양 쌓이고 작문 실력도 는다”는 평판이 돌며 30명 정도로 시작한 강좌에 200명 가까이 몰려들었다. 2014년엔 서울대 도서관 대출 베스트 10 가운데 4권이 이 강좌의 독서 리스트였다.

▶대학 도서관 대출 순위나 횟수가 학생들의 실제 독서량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대 고전 강좌만 해도 지금은 대부분 학생이 문서 파일 형태로 책을 PC에 넣어 읽는다. 대학 재학생 1인당 종이 책 대출 권수가 2011년 8.3권에서 지난해 2.3권으로 급락하는 사이 전자 문서 이용 건수는 같은 기간 130건에서 277건으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 갈 일이 줄면서 신입생들은 도서관 출입도 대출도 생소하게 여긴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생 40%가 책 한 권도 대출하지 않고 대학 문을 나서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입사 시험 자기소개서에 ‘내가 읽은 책’ 목록이라도 내게 해야 할 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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