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위를 나는 한국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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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위를 나는 한국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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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고왕국 시대에만 번성한 것은 아니다. 맘루크 왕조 전성기인 14세기 카이로는 동서 무역 중개로 풍요를 누리던 인구 50만 대도시였다. 당시 런던 인구가 5만이었다. 도시를 방문하는 외지인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할 정도로 돈이 넘쳤다. 지금도 많은 이집트인이 찬란했던 맘루크 시대 이집트의 번영을 잊지 못한다.

▶많은 정복자가 그런 이집트를 발 아래 둠으로써 위대함을 증명하려 했다. 페르시아제국과 알렉산더 대왕, 로마제국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를 정복하며 지중해 세계 지배자가 됐다. 오스만이 이슬람 세계의 지배자가 된 것도 이집트를 정복한 뒤 였다. 나폴레옹도 유럽의 맹주가 되기 전 이집트 원정부터 나섰다.

▶이집트가 신생 대한민국의 근대화 본보기였던 적이 있다. 1952년 이집트 청년 장교들이 나세르를 중심으로 자유장교단을 결성해 군주제를 폐지하는 군사혁명을 단행했다. 농업 국가에서 벗어나 서방처럼 잘살자며 토지 개혁과 산업화를 추진했다. 훗날 독재와 이슬람 근본주의가 충돌하며 빛이 바랬지만 당시엔 빈곤율이 떨어지고 빈부 격차도 개선되는 성과를 보였다. 김종필 전 총리는 “이집트 혁명이 5·16의 모델이었다”고 술회했다.

▶FA-50 전투기와 같은 비행기로 구성된 한국 공군 블랙이글 특수비행팀이 그제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쳤다. 6·25 남침 때 전투기 한 대 없었던 약소국이 만든 초음속 전투기가 고대 인류 문명의 최첨단 상징물 위를 나는 장면을 보며 “가슴 벅차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집트가 블랙이글을 초청해 피라미드 위를 날게 한 것은 FA-50 전투기를 대량 구매하려는 뜻이라고 한다. 이집트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은 “이 피라미드 위에서 4000년 역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틀 전 바로 그 피라미드 위에서 4500년의 역사가 망국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한국이란 나라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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