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창경궁ㅡ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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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 창경궁ㅡ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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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조선 태조가 정도(定都)한 서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가장 먼저 만들어졌지만 훼손이 잦았다. 태종 이후 임금 대부분이 거처했고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은 창덕궁이다. 왕가의 식구들이 많아지면서 창덕궁 옆에 궁궐 하나를 더 지었으니 창경궁이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아울러서 동궐(東闕)로 불리던 하나의 궁궐이었다. 창덕궁의 후원은 창경궁의 후원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 창경궁과 종묘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에 행차할 때는 이 문을 이용했다고 한다. 사자(死者)들의 공간, 그러니까 신위(神位)를 모신 곳에는 문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종묘의 정문은 현판이 없다. 마찬가지로 창경궁과 종묘를 가르는 담장에 있는 문에도 현판이 없다. 다만 궁궐 사람들이 그 문을 북신문(北神門) 북문(北門) 북장문(北牆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을 뿐이다.

▷일본이 1932년 지금의 율곡로를 만들면서 창경궁과 종묘는 분리됐다. 서울시는 율곡로 위에 터널을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 창경궁과 종묘를 잇고 어제 개통식을 가졌다. 90년 만의 재연결이다. 물론 담장과 그 한가운데 문도 복원됐다. 다만 단체관람에 화요 휴무인 종묘와 개인관람에 월요 휴무인 창경궁의 입장 체계가 달라 문화재청이 이를 통합하기 전까지 한동안은 담장 사이 문을 통해 종묘와 창경궁을 왕래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그 대신 터널 위로 율곡로의 축선을 따라 만들어진 담장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창덕궁 돈화문 쪽이나 길 건너편에서 올라 원남동 사거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미 종묘의 서쪽 담장길인 서순라길, 동쪽 담장길인 동순라길에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면서 이곳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서순라길과 동순라길을 연결하는 북쪽 담장길까지 열리면서 이 일대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건축가들의 숙제 중 하나가 북한산에서 동궐로 이어진 녹지를 어떻게 남산까지 연결하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녹지가 종묘까지는 이어졌다. 인왕산에서 발견된 산양이 종묘까지 내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종묘 앞에서 남쪽으로 세운상가가 시작된다. 세운상가가 종로 을지로 충무로 일대를 동서로 절단하고 있어 개발을 방해하고 있으니 없는 것으로 여기고 새로 개발하자는 생각과 어쨌든 세운상가가 보존해온 남북축을 활용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공간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개발도 하고 녹지공간도 잇는 쾌도난마의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 / 송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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