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로도네츠크 함락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방을 합쳐 도네츠 유역이란 뜻의 돈바스(Donbas)라고 부른다. 돈바스는 2014년 러시아계 주민이 부대 기장을 가린 러시아군의 도움으로 반란을 일으킨 이후 양측에서 그동안 약 1만 명이 사망한 내전 상태에 있었다. 러시아는 올 2월 24일 돈바스의 러시아계 주민을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빌미로 이번에는 ‘Z’라는 기장을 달고 노골적인 침공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크림반도로 가는 도네츠크 지방 남단 도시이자 아조프해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을 함락시킨 데 이어 이번에 루한스크 지방의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함락시킴으로써 돈바스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도시를 상대로 전면전을 강행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3월 22일부터는 키이우 외곽 등으로부터 군대를 철수해 돈바스에 집중했다. 부차 등에서는 러시아가 철수한 이후 민간인 학살 만행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러시아는 키이우 등에 대한 공격은 돈바스 전투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원 군사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 것인지, 당초 목표에서 후퇴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돈바스 점령이 침공의 목적이었다면 러시아는 목적 달성에 근접한 셈이다.
▷러시아가 돈바스에서 침공을 멈춘다면 우크라이나는 종전 없이 사실상 휴전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서방국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만은 신중히 해 러시아와의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러시아가 돈바스 경계를 넘어오면 가만있지 않겠지만 돈바스 점령까지는 일단 두고 본다는 양면 신호를 보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옛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침략으로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한반도 북쪽을 내주고 휴전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처지와 비슷해 안타깝다. / 송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