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차 번호판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번호판에는 뜻밖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번호판의 색깔, 숫자, 글자가 신분증 구실을 한다. 번호판 앞 세자리 숫자는 승용차의 경우 100~699번, 승합차는 700~799번, 화물차는 800~979번이 부여됐다. 980~997번은 특수차, 998~999번은 긴급차를 뜻한다. 앞 두자리 숫자는 2019년 9월 이전 등록차량이다.
번호판 중앙의 글자는 해당 자동차의 용도를 나타낸다. 렌터카는 허, 호, 하 3개 글자가 쓰인다. 아, 바, 사, 자는 영업용 택시와 버스이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차량이라고 보면 된다. 번호판 뒷자리 숫자는 단순 식별용도이다. 번호판 색깔의 경우 개인소유 차량은 모두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이다. 감청색 바탕에 흰 글자는 외교용 차량이다. 노란색은 택시, 버스, 택배 등 사업용 차량이다. 파란색 바탕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주황색은 중장비 차량용이다.
법인소유 차량의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꿔 일반 차량과 구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관심이 쏠린다. 세금감면 혜택이 있고, 운용비를 법인 경비로 처리하는 혜택도 받는 고가의 외제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매해 개인이 몰고 다니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번호판 색을 달리해 편법운영 및 탈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 롤스로이스·부가티·마이바흐·람보르기니·벤틀리·페라리 등 초고가 럭셔리차의 판매는 지난해 10~30%가량 늘었다. 팔린 차량의 80% 이상이 법인소유라고 한다. 이들 슈퍼차의 일부 한정모델은 16억원에서 350억원을 호가한다.
등록번호판 기준 고시를 개정하면 번호판에 연두색을 추가할 수 있다. 법인 전용 번호판을 자동차에 달게 되면 개인 사용이 어려워진다. 연두색 번호판을 단 법인 차량을 업무에 상관없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가족이 운전하면 사람들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고·보상 제도를 병행할 경우 확실한 예방효과가 예상된다. - 노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