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자격시험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 비례대표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공직후보자 역량강화시험(PPAT)을 실시한다. 대상은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들이다. 9등급으로 나눠서 상대평가를 하는데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이상 성적을 각각 받아야 한다. 정해진 기준에 미달되면 공천 신청조차 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성적이 좋으면 가산점도 준다고 한다.
▷선거로 심판받는 선출직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자격시험은 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지원자들에게 미리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1월에 ‘당헌·당규’ 관련 첫 강좌가 나갔고 공직선거법, 대북정책, 외교·안보정책, 안전과 사회 등 총 6개 강좌가 이어졌다.
▷유튜브 강의 내용 중 연습문제 풀이를 보면 시험의 난이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정강 정책을 잘못 해석한 답으로 ‘보수라면 산업화 내용만 긍정해야지, 민주화 같은 진보진영 헤게모니에 좌우되면 안 돼’ ‘항상 무조건적인 자유만이 옳아’ 등이 꼽혔다. 대부분 극단적 보수에 비판적인 내용이 정답이었다. 출제도 모두 객관식이라고 한다. 이 정도 난이도라면 굳이 별도로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될 듯하다.
▷PPAT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자 일부 최고위원들은 “선출직은 시험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뽑도록 만든 제도”라고 반박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타협안을 냈다. 명칭도 ‘자격시험’에서 ‘역량강화시험’으로 바꿨다. 시험대상도 기초단체장 후보자까지 넓혀 보겠다는 생각을 접고, 지방의회 비례대표 후보자로 축소했다고 한다. 지방의회 비례대표 공천이 돈에 휘둘리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실시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PPAT를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유튜브 강좌를 접한 일부 예비 출마자는 “운전면허시험을 보더라도 수험서적은 한 번 정도 읽어보지 않느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당의 후보자라면 유튜브 강좌 내용 정도는 ‘기본 정치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의회 현실을 모른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해묵은 ‘돈 공천’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해법이 꼭 자격시험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PPAT의 성패가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정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