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
선거는 어떤 나라나 지역, 단체 등의 대표자를 국민 또는 해당 지역·단체 구성원이 투표해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다. 일정한 나이가 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을 보통선거라고 한다.
평등선거·직접선거·비밀선거와 함께 선거 4대 원칙을 이룬다.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1948년 5·10 총선거는 대한민국의 첫 선거임에도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 때부터 독립운동단체들이 지향해온 보통선거를 실현했다.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야 보통선거를 실시한 데 비추어 일제 식민통치를 겨우 벗어난 한국의 보통선거 실시는 그다지 늦은 게 아니었다. 당시 선거권자 연령 기준은 만 21세였고 피선거권자는 25세였다.
피선거권은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참정권의 골격을 이룬다. 19세기 유럽에서 선거권·피선거권 보장과 시민의 정치참여는 현대 참여민주주의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28일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자의 연령 기준을 선거일 현재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고, 이를 내년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부터 적용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선거권자 연령 기준(18세)에 맞춘 것이다. 청년층 표심을 잡으려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등학생도 만 18세가 되면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피선거권자 연령 기준이 하향조정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통령 선거는 1962년 개헌 이래 피선거권자 연령 기준이 만 40세로 헌법에 명문화돼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무관하다.
청년층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20세 청년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고 여야 정치권의 청년층 구애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정당법의 정당가입 연령 규정, 선거비용 부담 등 진입 장벽이 높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청년층 정치교육이 미비한 상황에서 자칫 교육현장의 정치 과열을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간과해선 안 된다. - 박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