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운있는 사람이 소득도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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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운있는 사람이 소득도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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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운세를 가장 많이 보는 기간이 양력 1월 1일부터 설날까지라고 한다. 아무래도 ‘쪼들리는 살림이 나아졌으면’ 하는 희망과 기대의 마음이 클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재운(財運)이란 게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걸까? 재운은 과연 맞을까? 재운에 따라 소득에 차이도 있을까?’ 등의 의문이 생긴다.

경제학계에서 시도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2002년 1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남성일 교수와 한국노동연구원 전재식 연구원은 ‘사주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 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두 저자는 35∼65세 사이의 1017명을 대상으로 사주와 실제 소득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조사했다. 먼저 생시(生時)는 빼고(장년층 이상 중 태어난 시간을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연월일 사주만 뽑았다. 그런 다음 역술가의 도움을 받아 재운이 강한 사람, 보통, 약한 사람 등 3단계로 분류하여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남 교수는 “45세 이상 봉급생활자만 놓고 분석해 보니, 학력 등 다른 조건이 같은 때 재운이 강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보다 최소 12%, 최대 39%까지 더 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재운이 약한 사람의 월평균소득은 109만 원, 보통사람은 121만 원, 재운이 강한 사람은 134만 원이었다. 사주팔자에 따라 12만∼13만 원의 소득차가 생긴 셈이다.

결론 부분엔 눈길을 끄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여성보다 남성의 재운이 약간 강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재운지수가 약한 집단의 비율은 남성의 경우 23.9%인데 여성은 28.5%로 더 높았다. 또 재운지수가 강한 집단의 비중이 여성은 3.4%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6.8%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경제활동이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아직까지 부(富)의 소유도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물론 단 한 편의 논문으로 재운과 실제 소득의 상관관계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재운의 강약을 측정하는 기준도 주관적이고, 태어난 시(生時)를 빼고 조사했다는 것도 조사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저자들도 “필자들이 알기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학에서 처음 시도된 사주의 영향력에 대한 실증 분석이긴 하지만 결론은 잠정적이다. 사주가 소득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과 데이터를 이용한 더 많은 연구가 후속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일부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던 명리학의 타당성을 현대과학의 통계적 방법에 따라 검증한 결과, 명리학의 예측력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신동아·2001년 8월호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살펴본 사주의 세계’)”고 밝혔다.

한편 거의 동일한 목적 하에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도 있다(‘자영업종사자의 사주와 재운의 상관관계 연구’, 김경희·2007년) 저자는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전자제품 상인과 강남의 식음료 사업자, 그리고 종로3가 금은 보석상, 봉천시장 상인 등 자영업자 등 234명을 대상으로 통계를 냈다. 이 연구는 사주에 대운(인생 주기에 5∼10년 단위로 따라 오는 운)을 반영하여 재운의 강약을 4단계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조사결과는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재운이 소득 및 재산 형성과 관계가 있고 재운의 강약에 따라 부의 크기도 달라졌다. 또 재운의 성격에 따라 종사하고 있는 업종이 연관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태어날 때부터 재운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이 결정되어 있다면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주는 결정론이 아니듯 재운도 마찬가지다. 재운이 많은 사람은 현실 세상에선 대단히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사주에 돈이 있으니 놀겠다’라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주명리학은 수천 년에 걸친 개인과 국가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법칙화하고 기호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계획표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운이 없다, 즉 돈을 못 버는 것은 내 안에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모든 존재 안에는 정교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손목시계처럼 고래 심줄보다 질긴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게 되고 바른 방법으로 얻지 못하면 반드시 후과가 있다. 또 젊을 땐 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나이가 들면 돈을 풀어야 한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말했지만 지나친 재물 욕심은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논어 제16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경계할 것이 세 가지 있으니 젊을 때는 혈기가 왕성해서 그 정도를 알 수 없어 여색(女色)을 경계해야 하고, 장년에 이르러 장성함에 따라 혈기가 또한 왕성하므로 싸움을 경계해야 하며, 늙어 감에 따라 혈기가 쇠약해지므로 재물욕심을 경계해야 한다(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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