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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단체행동을 검란(檢亂)이라고 부른다.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의 기수 파괴 인사,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최근의 검수완박 추진까지 다양한 이슈에 검사들은 목소리를 내왔다. 직급별 회의나 입장 발표를 통해서다. 고위직 또는 중간간부들은 항의의 뜻으로 직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동료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들의 결기에 박수를 보냈다.

검찰만큼은 아니지만, 경찰도 가끔 단체행동에 나선다. 2007년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로비 의혹과 경찰청 감찰 결과를 두고서 벌어진 경란(警亂)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화 고문이던 전직 경찰청장이 후배들에게 “잘 봐달라”며 전방위 로비를 펼쳤고, 경찰은 문제가 된 간부 중 일부만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이택순 당시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발표되는 등 반발이 거셌다.

15년이 지난 지금,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두고 경찰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경찰 통제 움직임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27일 임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사의를 표했다. 이에 앞서 치안감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된 일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국기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경찰 내부에선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기 위한 의도된 비판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내부망엔 지휘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글도 많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경찰권이 ‘공룡경찰’ 우려가 나올 만큼 비대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걸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필요한 것도 맞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손 놓고 있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하는 이유다. 반면 경찰은 경찰국 설치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하는 “치안본부 시절로의 회귀”가 될 것이라 걱정한다. 경찰국이 권력에 악용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경찰로선 제기 못 할 우려는 아니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 치열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 행안부는 경찰 현장의 목소리와 우려를 충분히 듣고 최종안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경찰도 섣부른 단체행동에 나서거나 무조건 반대만 외쳐서는 안 된다. 갈등이 커지면 치안 공백을 낳는다. 피해는 국민 몫이다. /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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