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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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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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전투기와 폭격기 1200대가 사흘간 스탈린그라드(현재 볼고그라드)를 폭격했다. 도시 점령은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그런데 소련군 야코프 파블로프 하사는 파괴된 아파트 건물을 엄폐물 삼아 단 25명의 병력으로 58일을 버텼다. 이 건물 지하실 주민들이 식수를 공급하는 등 전투를 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중에 발견된 독일군 작전 지도에는 이 자그마한 건물을 적의 ‘요새’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마사다 요새는 예루살렘 남쪽 사해 부근 광야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기원후 37년 로마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할 때 900여 명의 유대인 저항군은 이곳에 들어가 3년간 항전했다. 빗물을 모아 저장해 식수로 이용했다. 로마군이 절벽 한쪽에 인공 경사로를 만들어 더 이상 버틸 수 없자 항복 대신 전원 자살을 택했다. 한동안 이스라엘 신병들은 훈련을 마치고 이곳에 들러 군인 정신을 다졌다.

▶물론 제 역할을 못한 요새도 많았다. 벨기에는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독일군 침략을 예상하고 있었다. 프랑스로 가려면 벨기에 지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벨기에는 지하에 대규모 요새를 구축하고 난공불락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1940년 독일군 공수부대 기습에 36시간 만에 점령당했다. 사방을 다 경계했지만 공중 침투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는 1936년 독일 접경에 350㎞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보급 없이도 수개월 방어할 수 있어서 난공불락이라 믿었다. 그러나 독일군이 마지노선을 우회해 공격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러시아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 전 지역을 장악했다”며 제철소 지하에 있는 병력 2000명과 민간인 1000명에게 투항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하지만 일주일째 항전이 이어지고 있다. 냉전 시대 소련은 핵공격 등에 견딜 수 있도록 이 제철소 지하 곳곳에 터널과 벙커를 건설했다. 깊이가 최대 30m, 길이는 20㎞가 넘는다. 우크라이나군이 구소련이 건설한 냉전 시대의 산물을 요새 삼아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물 등 식량과 물자 보급이다. 지하 모습을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에는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과 아이들 모습이 나온다.

▶역사를 보면 난공불락의 요새는 사실상 없었다. 3중 성벽으로 20여 차례 외침을 견뎌낸 콘스탄티노플 성벽도 1453년 술탄 메메트 2세의 포격에 무너졌다. 어쩌면 외형적 방비보다 인간 정신이 더 강한 요새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전사들과 민간인들에게 햇빛이 들기를 바란다. -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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