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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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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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알프스’란 말이 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영남 알프스, 충북 알프스처럼 등산인들이 붙인 산행 코스의 애칭이다. “서대문 콘크리트 천지에서 무슨 알프스 타령이냐”는 사람들이 있다. 안 가보고 하는 소리다. 서울 서대문 백련산에서 시작해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까지 왼쪽엔 준봉, 오른쪽엔 마천루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만만한 산행이 아니다. 북한산 정상을 목표로 하면 능숙한 등산인도 10시간 이상 걸린다.

▶서울은 산악 국립공원이 메트로폴리스와 공존하는 대단한 공간이다. 도시의 반복적 일상에서 떠나겠다고 굳이 먼 자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광화문 네거리만 나가면 싱거울 정도로 쉽게 대자연을 만날 수 있다. 북악산을 넘어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 등 등산인들이 ‘불수사도북’이라고 부르는 고강도 종주 코스가 끝없이 이어진다. 세상에 이런 도시가 없다.

▶닫힌 북악산은 얼마 전까지 도심과 대자연을 단절하는 철책과 같았다. 남쪽 땅에 궁궐을 만들 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도심에서 손에 닿을 듯 보이는 북한산의 대표적 등산로가 진관동, 우이동 등 서울 외곽에 자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악산이 자연의 본질을 되찾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성곽 능선 길이 열린 다음이다. 김신조 루트라는 북쪽 길이 몇 년 전 정비돼 북한산과 이어졌다. ‘북악하늘길’이란 멋진 이름이 붙었다. 지난 6일엔 청와대로 내려가는 북악산 남쪽 길이 열렸다.

▶이제 청와대까지 개방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공간적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과 소통하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하지만 하기 나름일 것이다. 시민에게 더 큰 의미는 그곳이 도심과 대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넓은 공원이 도심에 생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가로로 북악산~인왕산~안산을, 세로로 북악산~북한산을 연결하는 도심 기점의 ‘청와대 알프스’ 코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등산인 입장에서 청와대 개방은 대도시와 대자연의 연결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용산 시대를 주로 말한다. 하지만 시민의 광화문 시대가 더 중요하다. 서울 도심엔 휴식 공간이 많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조선 왕궁의 담장 안에 갇혀 있다. 왕이 살지 않는 드넓은 왕궁을 저렇게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반면 시민이 언제든 비용 부담 없이 휴식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다. 날씨 좋은 요즘 청개천 산책로는 신도림역처럼 북적인다. 이번 기회에 서울 도심까지 시민을 위해 재편했으면 한다. - 선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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