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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궁궐엔 건물에도 품계가 있었다. 왕이 업무를 보던 전(殿), 왕족이나 정승이 쓰던 합(閤), 판서급이 쓰던 각(閣) 등이다. 임금이 묵던 전과 ‘그 아래 엎드려 아뢴다(下)’는 말을 합쳐 ‘전하(殿下)’라고 불렀다. 황제를 뜻하는 ‘폐하(陛下)’는 궁전 ‘섬돌(陛)’ 층계 아래에서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합하(閤下)’는 왕족이나 정승을, ‘각하(閣下)’는 판서 이상 대신을 지칭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엔 고위급 군 장성을 각하라고 했다. 일제 때는 총독을 ‘갓카’라고 불렀다. 이승만 정부에선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도록 했다. 한때 부통령, 총리, 고위 장성까지 각하로 불러 각하 호칭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 들어 각하는 대통령만의 고유 존칭이 됐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할 때도 “각하”라고 불렀다.

▶'보통 사람’을 강조한 노태우 정부는 각하를 가급적 쓰지 않도록 했다. 김영삼 정부는 공식 석상에서 금지했다. 그래도 청와대 내에서 자신들끼리는 모두 ‘각하’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님’으로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경호처장 등은 여전히 각하라고 불렀고, 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자는 공식 행사에서 ‘각하’를 세 차례 썼다. 시중에선 ‘가카’란 말로 비하하기도 했다. 1990년대 언론은 대통령 당선인을 ‘김영삼·김대중씨’라고 칭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씨’는 사라지고 ‘당선인’으로 굳어졌다. 높임말인 ‘씨’가 시중에선 동료·부하를 부를 때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가족의 호칭도 변했다. 영부인(令夫人)은 원래 남의 아내를 높인 말이지만, 대통령 부인의 존칭이 됐다. 권위주의 논란이 일자 이명박·문재인 정부는 영부인 대신 ‘여사’로 불러달라고 했다. 일부 언론이 문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씨’라고 했지만 지지층의 비판에 결국 여사로 바꿨다. 1990년대까지 대통령 아들과 딸도 ‘영식(令息)’ ‘영애(令愛)’라고 존칭했다. ‘영식님’이라고 불린 대통령 아들도 있었다.

▶MBC가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러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MBC 3노조가 내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문 정부 청와대 수석도 작년 한때 ‘박근혜씨’라고 했었다. 탄핵 당했으니 예우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 대통령’은 ‘각하’나 ‘영부인’ 같은 특별한 존칭이나 예우가 아니다. 굳이 ‘씨’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깎아내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야박해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을 것 같다. - 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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