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최악’인 수면 자세는?
◇잘못된 수면 자세가 질환 신호일 수도
▶옆으로 눕기=허리 통증 때문에 옆으로 눕는 게 편하다면 척추나 허리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허리 디스크 환자는 똑바로 누우면 척추관이 좁아져 하반신 신경이 압박되면서 다리가 저릴 수 있다. 옆으로 누우면 척추관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땐 똑바로 누운 채 무릎 사이 쿠션을 둬 허리가 자연스러운 S자가 되도록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척추전만증(허리뼈가 배 방향으로 볼록하게 나온 상태) 환자도 옆으로 엎드린 채 다리를 구부리는 자세를 취했을 때 가장 통증이 적어 자연스럽게 옆으로 쪼그리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밤새도록 이 자세를 유지하면 한쪽으로 체중이 쏠려 어깨, 척추, 골반 등에 무리가 가면서 또 다른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옆으로 자야 한다면 다리 사이 쿠션을 넣어 위에 온 다리가 어깨 높이와 비슷해지도록 맞추는 게 좋다.
▶만세 자세=두 팔을 올린 후 자는 게 편하다면 상반신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보통 팔을 올리면 팔과 함께 어깨가 들리면서 목과 어깨 사이 근육이 과하게 수축해 불편하다. 그러나 ▲척추후만증(등이 뒤로 굽어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상태)이나 ▲흉곽출구증후군(목·가슴 쪽인 흉곽 출구를 지나가는 신경이나 혈관이 여러 원인에 의해 압박돼 생기는 증상)이나 ▲어깨 뭉침이 심하면 만세 자세를 취한 채 자는 게 오히려 통증이 줄어 편하다. 만세 자세를 하지 않고 자는 게 힘들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갓난아기가 만세 자세로 자는 것은 아직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숨을 수월하게 쉬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행동 패턴이다.
▶다리 꼬기=잘 때 다리를 꼬는 게 편하다면 척추나 골반의 좌우대칭이 틀어졌을 수 있다. 뼈가 틀어졌거나 햄스트링, 대퇴부 근육, 사타구니 근육 등 하체 근육 한쪽이 짧다면 양다리를 똑바로 뉘었을 때 통증이 생기고 불편할 수 있다. 척추나 골반은 다리 꼬기, 짝다리 짚기 등 좌우대칭을 망가뜨리는 습관으로 쉽게 틀어진다.
편하다고 잘 때도 다리를 계속 포개어 자면 좌우 비대칭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땐 옆으로 누워 가랑이에 베개를 끼거나, 죽부인 같은 긴 베개를 안고 자는 게 좋다. 자는 자세와 생활 습관을 개선했는데도, 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계속 있다면 척추측만증 등 골격계 질환으로 진행했을 수도 있다. 이때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엎드려 자면 척추, 안압에 안 좋아
간혹 엎드려 자는 사람이 있다. 엎드려 자는 자세는 척추 건강에 좋지 않다. 척추는 경추(목뼈)부터 천추와 미추(엉덩이의 꼬리뼈)까지 S자 형태의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엎드려 자면 허리가 중력의 힘을 받아 이 곡선이 틀어지는데, 이때 척추 사이의 추간판이 압력을 받아 목이나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엎드려 자면 녹내장 발생 위험도 커진다. 녹내장은 뇌로 연결되는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차 좁아져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안압이 클수록 녹내장 발병률이 높아지고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고대안암병원 연구에 따르면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웠을 때 안압은 평균 16.2㎜Hg이었으나 엎드린 자세로 누우면 안압이 평균 19.4㎜Hg로 상승했다. 엎드려 누우면 머리가 심장보다 낮아져 경정맥(목 혈관) 혈압이 높아져 안압이 상승한다.
◇천장 보고 똑바로 누워 자야
건강을 위해서는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서 자는 게 좋다. 똑바로 누우면 목, 척추가 일직선으로 펴지고 척추 ‘S라인’이 유지된다. 손바닥도 천장을 향해야 어깨가 앞으로 말리지 않고 가슴도 펴진다. 손을 배 위에 올리거나 팔짱을 끼고 자는 사람도 있는데, 이 같은 자세로 자면 어깨가 굽고 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허리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무릎 사이에 수건이나 쿠션을 넣고 자면 된다. 무릎을 높이면 허리가 자연스러운 S자 형태가 돼 통증이 줄고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면서 전신 긴장도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