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방래조

홈 > 커뮤니티 > 핫이슈
핫이슈

만방래조

27 폴라리스 0 439 0 0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벌어진 일이다. 시진핑 주석이 21개국 정상을 초청해 성대한 환영만찬을 열었는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뜬금없이 이 연회를 소개하며 “많은 사람이 만방래조(萬方來朝)를 느꼈다”고 했다. 시 주석이 황제이고 나머지 정상들은 시 주석을 알현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만방래조란 온 주변국이 조공을 바치러 중국에 온다는 뜻으로, 한족 왕조 중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의 위세를 상징한다. 당의 현종 황제 때 조공을 바친 나라가 70여 개국에 이른다.

많은 중국인이 만방래조를 당연시한다. 주변국에서 황제에게 바친 공물보다 황제가 주변국에 내준 하사품이나 이익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조공질서로 주변국을 착취한 게 아니라 외려 주변국을 보호하느라 경제적 출혈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 주석이 주창한 중화민족의 부흥, 중국몽(夢)에도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비슷한 풍경이 되풀이됐다. 시 주석은 5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급 외빈 20여명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 연회장에는 직사각형 형태의 크고 화려한 식탁이 등장했는데, 용의 형상을 띤 푸른색 물이 가운데로 흐르고 주변엔 화단과 스키점프대 등의 모습을 본뜬 전시물이 눈길을 끈다. 용은 황제를 뜻하니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듯싶다. 식탁 왼쪽에 시 주석 부부와 중국 측 인사들이, 맞은편에는 외빈들이 앉았는데 마치 당나라 시절 황제와 조공행렬을 연상케 한다.

중국의 올림픽 외교에도 만방래조가 녹아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마오쩌둥 시신을 안치한 마오주석기념당을 찾아 참배하고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서 23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했다.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도 저마다 코로나19 백신 기부 등 선물을 챙겼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무력화하고 미국 ‘앞마당’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림수가 통하는 모양새다. 신냉전 시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화 제국주의의 기세는 날로 거세질 것이다. 중국이 짠 21세기판 조공질서에 한국이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 주춘렬
 

0 Comments
카테고리
통계
  • 현재 접속자 963 명
  • 오늘 방문자 6,853 명
  • 어제 방문자 7,351 명
  • 최대 방문자 14,757 명
  • 전체 방문자 2,396,803 명
  • 전체 게시물 46,518 개
  • 전체 댓글수 5,249 개
  • 전체 회원수 1,24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