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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식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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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오랜 동업자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비결을 물으면 책 한 권을 권한다.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다. 투자와는 무관한 심리학 책인데도 멍거는 이를 경전처럼 신봉한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심리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사람들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요인을 분석한다. 그중 하나가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다.

▶요즘 주식 시장은 공포에 뒤덮여 있다. 주가가 급락해 ‘멘붕’에 빠진 투자자가 많다. 한국 증시가 유난히 많이 하락하자 ‘이것이 진정한 K증시인가’, ‘바닥 아랜 지하가 있더라’ 같은 하소연이 주식 게시판에 대거 올라온다. 과거의 주식 투자 실패기를 담은 책 ‘살려주식시오’를 쓴 정신과 의사 박종석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주식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으러 온 분이 많아 안타깝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조언한다. “폭락장에서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식 앱을 지우라.”

▶박종석씨도 주식 투자로 인생을 날릴 뻔했다. 5년간 3억2000만원을 잃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다가 가까스로 회복했다. 정신과 의사인데도 막대한 손실 앞에선 멘털이 무너지더란다. 그는 하락하는 시장에서 멘털을 지키는 방법이 공황장애 치료법과 흡사하다고 썼다. 공포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지 않으면 부수적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물타기(하락 주식 추가 매입)도 손절도 안 된다. 한 달만 모든 것을 잊고 본업에 충실해서 추가 재난을 막아라.”

▶코로나 이후 급상승장에서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른바 ‘주린이’라면 지금의 증시 급락 상황이 재난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10% 정도의 증시 하락은 한 해 한 번꼴로 드물지 않게 있는 일이다. 지난 2년 동안의 큰 상승이야말로 이례적인 사건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설립자 잭 보글은 생전 이렇게 조언했다. “투자의 성공은 당신의 성격과 배포, 그리고 짜릿한 폭등과 좌절의 폭락장에서도 ‘이 또한 지나간다’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

▶'주식하는 마음’을 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마음의 평화 또한 투자의 비용이라고 말한다. 큰돈을 벌 가능성이 있다 한들 종일 불안에 시달린다면 다시 생각해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분산·장기투자가 이런 불안한 시기에 마음의 평화를 지켜줄 도구라고 조언한다. 변동성에 따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다면 눈높이를 낮춰 예금 쪽으로 가야 한다.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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