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정치 명암
핫이슈인 메타버스와 관련, 최근 인터넷에서 관심을 끄는 글이 있다. 트위트에 올라온 글의 핵심 주장은 ‘메타버스는 공간이 아니라 시점’이라는 것이다. Meta(초월적인) + Universe(우주)의 의미를 보면, 메타버스는 공간이다. ‘시점’이란 주장의 출발은 ‘특이점’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을 의미한다. 현실 세계에서 전개되는 인생의 모든 중요한 부분이 디지털 세계로 이동하다 마침내 디지털 일상의 비중이 더 커지는 시점, 즉 메타버스의 특이점이 바로 메타버스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 세계 속 일상의 비중은 TV로 80%, 컴퓨터로 70%, 스마트폰으로 50%까지 축소됐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가상 인생이 실제 인생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자아는 여러 개로 분리된다. 원형이 중심이던 시대가 가면 단일의 가상 세계 대신 다양한 세계, 즉 Multi-Universe의 시대가 온다. 산업 측면에서는 투자와 성장과 이윤의 공간이 무한대로 확대된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비전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 적응 속도가 늦은 정치도 메타버스에 진입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메타버스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캠페인 사무실과 투표소가 있는 2개의 섬을 만들어 선거운동을 했다. 한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김두관, 박용진 후보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 등이 기자회견이나 출정식, 팬미팅 등을 했다. 지난 11월 20일에는 제페토에서 ‘제1대 아동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 구리시 인창중 2학년 이채원 군이 67.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48명의 후보가 등록해 아바타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정치에서 메타버스는 파괴적 도전이다. 국가의 권위는 흔들리고 선거, 정당 등은 근본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 확증 편향 등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SNS의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정파들이 함께 살 수밖에 없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자기가 만든 공간에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 모여 소통하는 등 폐쇄성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