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되는데 혼장은 왜 막아요!" 미접종자들 분통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방역패스를 대형마트·백화점까지 확대키로 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활동 반경을 더욱 좁히는 조치를 내놓자, 이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줄곧 착용하는 시설까지 이용제한 시설에 포함되면서 “식당 ‘혼밥’은 되는데, 혼자 장보기는 왜 안 되느냐”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방역패스 도입에 따른 학부모·학생의 고민과 영업시간 제한이 연장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출산을 앞둬 백신 접종을 미루는 임신 5개월차 김모(32·여)씨는 2일 “혼자서 식당에서 가서 마스크를 내리고 밥을 먹는 것은 괜찮고, 마스크를 쓴 채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는 행위는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레르기가 심해 백신 접종을 미룬 이모(61)씨도 “폐 끼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있는데, 대형마트까지 막아버리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이러다 시내버스나 지하철까지 못 타게 될까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는 “방역패스가 점점 더 일상생활을 옥죄는 기분”이라고 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이 오는 3월로 결정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도 크다. 최근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백신을 접종한 학부모 오모(44)씨는 “계속 생활에 불편이 생기니 백신을 도저히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도 ‘일상 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해 결국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유아한테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4인, 9시’ 거리두기 방침이 2주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방역지침 보이콧까지 고려 중이다. A씨는 “정부가 말하는 ‘공익’을 위해 나와 내 가족을 포기하며 2년을 살았다. 언제까지 하라는 대로 따르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가 또 한 번 연장된다면 그때는 생존을 위해 백신 미접종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우회적 저항’ 움직임도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는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방역패스로 일상생활이 위축된 백신 미접종자들을 응원하겠다는 취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국민이 밥을 먹는 행위, 운동하는 행위, 산책하는 행위까지 간섭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방역수칙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해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 수준을 조율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의료계 인사 등 1023명은 지난 31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방역패스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처분을 잠정적으로 중단시켜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패스가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해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