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시장 라스베가스
세계 유흥의 수도’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서부 네바다주 남쪽 끝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다. 중서부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가는 길목의 ‘오아시스 도시’답게 스페인어로 ‘목초지’를 뜻하는 이름이 붙었다. 1936년 준공된 후버댐으로 전기와 상수원이 해결됐고, 1946년 첫 현대식 호텔 ‘플라밍고’가 개장하면서 카지노산업의 메카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중추를 이루는 카지노 자본이 2000년대 중반 일제히 중국 마카오로 몰려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금세 라스베이거스의 6배로 커졌다. 카지노와 유흥산업만으로는 도시 이름값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그런 라스베이거스가 주목한 것이 연간 1700조원 규모의 세계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장이다. 미국 10대 대형 전시장 중 세 곳이 있는 인프라, 15만 개에 달하는 호텔 객실을 발판 삼아 ‘세계 최고 MICE 도시’를 목표로 잡은 것이다.
코로나 이전 라스베이거스에선 연간 3500여 개 각종 전시회가 열렸다. 그중에서도 1978년부터 개최해 온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가 단연 최고다. CES로 인한 도시의 경제효과가 2억달러가 넘는다는 분석이다. 2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가 내일 개막해 ‘CES의 성지(聖地)’가 다시 들썩인다. 올 들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까지 개관해 보유 전시면적을 20만㎡에서 23만6000㎡로 키웠다.
여기서 7일까지 미래 기술의 경연이 다시 펼쳐진다. 인공지능(AI)·로봇기술,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에 이어 올해는 항공우주, 대체불가능토큰(NFT), 푸드테크 등으로 분야가 더욱 넓어졌다. 한국 기업이 역대 최대인 502개사가 참여해 더욱 관심이다.
CES를 40년 넘게 개최한 도시답게 라스베이거스의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애플, 테슬라 등이 네바다주에 공장 등을 짓고 있어 앞으로 세금이 싼 이 지역이 제조업의 새로운 메카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미국 현대소설의 백미 《위대한 개츠비》(1925년)에선 화자(話者)인 닉 캐러웨이가 개척시대가 끝난 서부를 뒤로 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동부로 떠난다. 하지만 동부의 극심한 물질주의와 견고한 계급질서에 환멸을 느끼고 미래와 혁신의 힘이 살아 있는 고향 서부로 돌아온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런 희망을 간직한 도시 같다. - 장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