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대변인의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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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변인의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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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영내에 만개한 봄꽃이 예년 같지 않다고들 한다.
이삿짐을 싸느라 바쁜 국방부 직원들의 원망과 한탄에 빛이 바래서일까. 대선에서 후보자가 ‘해묵은’ 청와대 이전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을 때만 해도 용산으로 오리라고는, 더욱이 대한민국 안보의 중추라는 국방부 건물이 낙점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물론 후보자 측 입장에선 용산 이전은 현 정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탁월하고 매력적인 대안일 게다. 광화문 이전의 외통수보다 열린 사고다. 이전비용 문제와 안보공백 시비를 불러온 기획력 부재를 빼고 말이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나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앞마당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군은 술렁거렸다. 한마디 협의도, 사전준비도 없이 봄꽃이 지기 전에 국방부와 합참 등 10여 개 부대의 “방을 빼라”는 결정에 아연실색했다. 막무가내 점령군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거나 사표를 냈다는 군인이나 공무원을 들어보지 못했다. 서슬퍼런 권력의 힘이다. 아니라면 군이 해바라기를 닮았거나.

윤 당선인은 하루 전인 19일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했다. 국민 소통의 장으로 적합한지,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최적지인지, 국민에게 주는 일상의 불편은 없는지, 참모 및 전문가들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을 따져 봤다고 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수행했다. 봄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신 이날, 우산 속 당선인과 국방장관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 불가론이나 반대 입장을 전했다는 소리 역시 들리지 않았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2일 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떠났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국방부 이전에 대한 불편함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윗선의 미움을 샀고 급기야 사표를 던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 하나 나서지 않던 대통령실 이전에 항의하며 옷을 벗은 처음이자 마지막 공직자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퇴임 소회를 “다음에라도 안보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윤 당선인의 국방부 답사에 충직한 ‘가이드’를 자처했던 서 장관의 처신과 비교돼 씁쓸하다. - 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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