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께하는 거짓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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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께하는 거짓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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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 때문에 뜬 곳이 있다. 벨라루스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이 작은 나라가 뜬 건, 양국 간 협상 장소로 활용되면서다.

여행전문기자에겐 벨라루스가 반갑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묘한 나라, 리투아니아 때문이다. 세계사 시간에 앞 글자를 따 '에라리(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로 외웠던 발트 3국의 바로 그 리투아니아, 맞는다.

여행 고수들의 버킷리스트엔 리투아니아가 항상 1순위로 꼽힌다. 그 이유가 재밌다. 리투아니아 속에 꽁꽁 숨어 있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초미니 국가)' 우주피스공화국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나라의 면적은 고작 '0.6㎢'. 우리나라 한 개 동 수준의 초소형이다.

거짓말 같은 이 나라,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 거짓말처럼 만우절, 4월 1일 딱 하루다.

리투아니아의 수도는 빌뉴스다. 중심가에는 다리가 있다. 사랑의 자물쇠가 덕지덕지 달린 이 다리가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돌변하는 날은 4월 1일 만우절. 그러니깐 평소 그냥 차들이 지나는 이 다리에 매년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입국심사대가 서는 것이다. 장난 같은 입국심사를 거치면 마침내 우주피스공화국의 문이 열린다.

이 공화국, 기가 막힌다. 있을 건 다 있다. 국경일 11월 1일. 국기도 있고 국기 게양도 한다. 국가 시스템도 제대로다. 재정부·경제부·국방부·외교부 장관까지 있다. 당연히 대통령도 있다. 초대 대통령이면서 수십 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현 대통령은 로마스 릴레이키스 씨. 영화 감독 출신의 이 나라 건국자다. 가장 놀라운 게 홍보대사의 존재다. 전 세계에 이 나라 홍보의 임무를 띠고 파견돼 있는 대사가 200명이 넘는다. 심지어 이 대사 중 한 명이 한국인(소설가 하일지)이다.

방어를 위한 군대? 역시나 존재한다. 한때는 자국 보호(?)를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군대까지 있었으니, 말 다했다.

사실 이 나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헤이리 같은 예술 마을이다. 1997년 리투아니아 내에서 '동네 독립'을 선언할 당시 예술가들이 이 마을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라'가 돼 버렸다.

자, 지금부터 주목하실 것. 뜬금없이 우주피스공화국 얘기를 꺼낸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 나라 헌법 조항 때문이니까. 우주피스공화국에는 41개 조항의 헌법이 있다. 이 헌법, 길을 지나며 벽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놀랍다. 압권인 건 내용이 상상 초월이라는 것. 자, 몇 가지만 소개한다.

'공화국 국민은 모두 실수를 할 권리가 있다 /게으를 권리가 있다 /두려워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포기하지 말라…'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됐다. 당선인이라면 피 말렸던 대선 투표 과정의 경쟁을 떠나 이젠 오롯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들에 집중해야 할 때다. 국민이란 게 그렇다. 매사에 완벽할 수 없다. 가끔은 실수도 한다. 게으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행복해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행전문기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서 당선인께 감히 이 거짓말 같은 여행을 권해 드린다. 부디, 다가오는 만우절, 꼭 우주피스공화국에 가서, 이 헌법 조항들을 뜯어 보고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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