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알코드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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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알코드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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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QR코드는 현대인의 ‘손 안 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 덕분에 그 쓰임새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988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바코드(bar code)보다 한층 진화한 형태로, QR은 ‘Quick Response’의 약자. 여기서 배달업계의 대명사인 ‘퀵 서비스(Quick Service)’가 언뜻 스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에서 본격 활용된 QR코드는 정보 인식 반응을 즉시 보인다. 사용자는 빠른 서비스를 받는다.


바코드는 상품의 제조나 유통 업체가 해당 제품의 포장지에 8~16개 줄로 생산국, 제조업체, 상품 종류, 유통 경로 등을 저장해 놓았다. 제품이 판매될 때 계산기에 설치된 스캐너(감지기)를 통과하면 즉시 판매량, 금액 등 판매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집계할 수 있다. 13, 14자리 숫자 데이터를 표시한 1차원 바코드가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에는 제한이 있다. 1994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가 물류관리를 위해 개발한 시스템에서 유래한 QR코드는 이보다 더 발전했다. QR코드는 문자와 숫자, 사진 등 대량의 정보를 작은 사각형 안에 담은 한 단계 더 높은 심벌이다. 고밀도 코드화한 ‘2차원 바코드’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QR코드는 금융과 산업계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로또 연금복권 등 추첨식 복권을 산 사람은 추첨 당일 바로 복권에 새겨진 QR코드를 스캔해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화했다. 그 사용 범위와 활용처는 확대일로다. 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의 역학조사에 유용하게 쓰였다. 스마트폰 강국 대한민국이 빠르고 효과적인 방역 통제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QR코드가 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제부터 의무 시행한 방역패스의 먹통 혼란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했던 QR코드가 ‘역설의 한계’를 보여줬다.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16개 업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출입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 QR코드는 반응이 느려터진 데다 심지어 무용지물로 변하기 일쑤였다.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접종증명 발급 시스템에 대거 접속하면서 쿠브(COOV)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질병관리청은 서버를 긴급 증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QR코드의 더딘 서비스는 이틀째 이어졌다. 이는 QR코드가 드러낸 한계가 아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고 일상도 돌려주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굴욕이다. 이를 계기로 당장 실현 가능하고 더 나은 방역 대책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 강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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