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시 홍콩의 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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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도시 홍콩의 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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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아시아의 자유도시 홍콩에 철권통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캐리 람 홍콩행정 장관을 만나 섬뜩한 말을 했다. 사흘 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친중파가 90석 중 89석을 싹쓸이한 결과를 언급하며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원칙이 실현됐다”고 했다. 중국이 1997년 홍콩 주권반환 때 약속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핵심인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港人治港)’에서 홍콩인을 친중 인사로 바꾼 것이다. 이제 홍콩 직할통치를 노골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홍콩 경찰이 엊그제 독립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의 전·현직 간부 10여명을 체포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몇 시간 뒤 입장신문은 폐간을 발표했다. 이 매체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이후 “민주·자유·법치와 공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핵심가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됐다. 그동안 민주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으며 지난해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의 시위대 탄압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6개월 전 빈과일보가 폐간되자 “홍콩에 ‘문자옥(文字獄·중국 왕조시대 글을 올가미 삼아 지식인을 탄압하는 통치수법)’이 왔다”는 글을 남겼는데 결국 문자옥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깊다. 미국 국무부는 언론 자유와 독립성 훼손을 비판하며 “언론인을 석방하라”고 요구했고 대만·캐나다·독일 정부와 유엔인권사무소 등 국제기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홍콩당국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꿈쩍도 않는다. 중국 당국은 그제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등 미국 인사 5명에 대해 자산동결, 입국금지 등 제재까지 가했다. 미정부가 홍콩 입법회 선거를 문제 삼아 홍콩주재 중국 관리 5명을 제재하자 앙갚음한 것이다.

시진핑 집권기 홍콩은 ‘동방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화려했던 번영기를 마감하고 쇠락의 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오늘의 홍콩이 세계의 미래”라는 구호가 등장하곤 했다. 중국이 세계 지배력을 키워갈수록 지구촌 곳곳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질식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홍콩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될 일이다. - 주춘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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