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탕보다 흙설탕이 낫다
한땐 백설탕보다 황설탕, 흑설탕이 좋다는 근거 없는 미신이 있었다. 원당을 수입해 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열로 당이 변해 ‘달고나’처럼 된 것이 황색, 흑색인데도 이를 좋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순도가 높은 게 백설탕이고 불순물이 많이 섞인 게 흑설탕인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럼 시중에 열풍을 일으킨 흑당의 정체는 뭔가. 흑설탕하고 다른가. 나는 “같은 거는 아니지만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흑당은 설탕의 재료인 사탕수수즙을 졸여(농축) 만든 시럽 혹은 각설탕형이다. 반면 흑설탕은 사탕수수즙을 농축해 만든 원당이라는 것을 수입해 순도를 높이기 위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성돼 나온 캐러멜색소가 과도하게 섞인 것이다. 보통 흑당 쪽이 더 색깔이 검다. 또 설탕보다 흑당이 더 비쌀 이유가 없는데도 비싼 것도 이상하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원당(황갈색)을 수입해 물에 녹여 가열, 농축해 설탕을 결정화한 것이 백색설탕이고 나머지 액은 버리기 아까워 재농축한 것이 황설탕이다. 다시 남은 액도 아까워 가열, 재결정해 얻은 게 흑설탕이다. 당연히 이 과정을 거듭할수록 불순물의 혼입은 많아진다. 동시에 갈변현상에 의해 색깔은 더 검어진다. 불순물 속에 인체에 유익한 비타민 혹은 미네랄이 많아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양은 새 발의 피 정도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농축하면 색깔이 왜 흑색으로 될까. 설탕을 국자에 넣고 연탄불에 올리면 서서히 녹으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이게 달고나 혹은 뽑기다. 왜 초등학교 때의 추억이 있지 않나?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기막힌 향내가 발생한다는 거다. 이게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달고나 할아버지 앞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게 했던 이유고 추억이다. 그래서 백설탕보다 흑설탕이 더 맛이 좋게 느껴지는 까닭이 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