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문화
식물성 단백질의 효능이 동물성 단백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근래 몇 년 사이 채식 인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늘 논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다. 다수의 과학자는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고르게 섭취해야 체내의 단백질 합성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채식주의자들은 식물성 단백질도 다양하게 섭취한다면 동물성 식품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올해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08년 15만 명 수준이었으니 증가 속도가 아주 빠르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건강상 이점 등이 채식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도 인기를 끄는 중이다. ‘대체육’이라 불리는 축산대체식품은 동물 세포를 배양하거나 식물 성분을 사용해 만든 인공 고기다. 100%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5억 원에서 올해에 155억 원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이 같은 흐름을 외면할 리는 만무. 최근 이마트는 동종 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수도권 20개 점포의 축산매장에서 대체육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이들 제품은 일반 매장에서만 팔렸다. 하지만 이 업체는 대체육을 가공식품이 아니라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범주의 축산 품종으로 판단해 축산 매장에 진열했다. 또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전국 점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비건 상품’ 전용매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다른 대형마트들도 이마트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축산 관련단체는 유통업계의 이런 판매촉진 활동에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대체육에는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는 데도 이를 축산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인식을 왜곡시키는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소비자 알권리 보장 및 축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대체육에 ‘고기’나 ‘육(肉)’, ‘유(乳)’와 같은 표현을 금지해줄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고기를 먹든, 채소를 먹든 선택은 개인의 몫. 그런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한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육식과 채식을 둘러싼 갑론을박과 별개로 이제는 대체육이 우리나라 식문화의 일부로 서서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염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