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일요일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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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2 17:10
(2022년 3월 2일)
봄·일요일
비가 오다 그치고 활짝 개었다 츄리닝 바람으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연두색 봄옷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 분이 우산을 지팡이 삼아 따각따각 다가와서 공병을 챙기신다 거의 내가 버린 소주병이다 고개를 들다 흠칫 눈이 마주쳤다 내가 병이나 줍고 다닐 팔자는 아니었는데 너도 더 살아 봐라 저도 이런 싸구려 원룸에 살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서로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우산을 짚으며 따각따각 깔끔한 봄 햇살 속으로 돌아가시고 나는 사 층으로 올라가 좁은 방을 반짝반짝 반들반들 윤이 나게 쓸고 닦았다
* 박순원,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에서
- 파란시선 88, 2021.10.10
- [계간 파란 23, 2021 겨울]에서 다시 옮김 (192)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1.12. 1
:
어쩌면,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래도
딱 어울릴
어느 봄날의 풍경
사실 별 차이도 없....
( 220302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