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홈 > 소통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21 허름한허세 0 399 0 0
(2022년 3월 17일)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밤의 도시를 바라볼 때처럼 명확해질 때는 없다.
어두운 천지에 저마다 연등을 달아놓듯
빛나는 자리마다 욕정이, 질투가, 허기가 있다.
이것보다 명확한 것이 있는가.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입술을 적시는 메마름과
통점에서 아프게 피어나는 탄식들.
일테면 심연에 가라앉아 느끼는 목마름.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듯
간절함의 세목 또한 매번 불가능의 물목이다.
오늘은 내가 울고
내일은 네가 웃을 테지만

내일은 내가 웃고 네가 기도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울다 잠든 아이가 웃으며 잠꼬대를 할 때,
배 속은 텅 빈 냉장고 불빛처럼 허기지고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게 구부러지는 기도처럼, 빛이 휜다.

* 이현승, [생활이라는 생각]에서
- 창비시선 392, 1995. 9.21



:
메마름목마름 사이로
오늘도 모레도 봄비 내리고,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하다.

( 22031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0 Comments
카테고리
통계
  • 현재 접속자 931 명
  • 오늘 방문자 2,231 명
  • 어제 방문자 4,258 명
  • 최대 방문자 14,757 명
  • 전체 방문자 3,826,539 명
  • 전체 게시물 46,702 개
  • 전체 댓글수 5,249 개
  • 전체 회원수 1,249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