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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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16:57
(2022년 4월 18일)
봄은
망하고 망하면서 봄은 간다
망하고 다 망해서
봄은 간다
얻어맞고 나뒹굴며 맨발로
쫓기어 간다
부딪히며 고꾸라지며 신음하며
흽쓸려 간다
두드리고 물어뜯어도
꿈쩍 않는 눈보라 속으로
가도 가도 끝없는
빙판위로
부모 형제 친구를 다 잃고
대오와 참호와 깃발을,
전쟁과 평화를 잃어버리고
끝없이 패주하며
이편에서 저편으로,
처자식들 아득히 버리고
숨 거두며, 간다
살해되고 섬멸되며 어딘가로
봄은 간다
각자도생도
구사일생도
기사회생도 없이
기어갔다 굴러갔다 날라갔다
숨 거두고 난 뒤의
눈 벌판으로
봄은,
봄으로 갔다
따스하고 간지러운
개구멍들로,
온 세상에 뚫린 저세상으로
봄은 갔다
검은 신의 검은
인공호흡 속으로
봄은 죽고, 봄은 온다
먼 훗날처럼,
먼 옛날처럼 온다
봄은 죽고
봄은 태어났다
죽은 봄은 살아간다
붉고 녹고 푸른 곳,
꽃 피고 지고 새 우는 곳,
어둡기만 한 빛 속으로
가도 가도 밝기만 한
어둠 속으로
* 이영광, [계간 파란 24, 2022 봄]에서 (99~101)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2. 3. 1
:
주말 내내
텃밭에서
풀 뽑고
흙 일구고
씨 뿌렸다.
가도가도 밝기만 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 22041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봄은
망하고 망하면서 봄은 간다
망하고 다 망해서
봄은 간다
얻어맞고 나뒹굴며 맨발로
쫓기어 간다
부딪히며 고꾸라지며 신음하며
흽쓸려 간다
두드리고 물어뜯어도
꿈쩍 않는 눈보라 속으로
가도 가도 끝없는
빙판위로
부모 형제 친구를 다 잃고
대오와 참호와 깃발을,
전쟁과 평화를 잃어버리고
끝없이 패주하며
이편에서 저편으로,
처자식들 아득히 버리고
숨 거두며, 간다
살해되고 섬멸되며 어딘가로
봄은 간다
각자도생도
구사일생도
기사회생도 없이
기어갔다 굴러갔다 날라갔다
숨 거두고 난 뒤의
눈 벌판으로
봄은,
봄으로 갔다
따스하고 간지러운
개구멍들로,
온 세상에 뚫린 저세상으로
봄은 갔다
검은 신의 검은
인공호흡 속으로
봄은 죽고, 봄은 온다
먼 훗날처럼,
먼 옛날처럼 온다
봄은 죽고
봄은 태어났다
죽은 봄은 살아간다
붉고 녹고 푸른 곳,
꽃 피고 지고 새 우는 곳,
어둡기만 한 빛 속으로
가도 가도 밝기만 한
어둠 속으로
* 이영광, [계간 파란 24, 2022 봄]에서 (99~101)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2. 3. 1
:
주말 내내
텃밭에서
풀 뽑고
흙 일구고
씨 뿌렸다.
가도가도 밝기만 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 220418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