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도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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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2 16:33
(2021년 11월 2일)
마음과 마음도
돌과 돌이 붙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붙습니다.
쇠와 쇠가 붙습니다.
유리와 유리가 붙습니다.
지하철에서 잠들었다가 이 목소리에 잠이 깼다.
떨어진 문고리, 깨진 접시나 화분, 부러진 상다리,
물이 새는 신발창, 부서진 장난감······
모든 게 딱 붙습니다.
보십시오.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이 접착제 두 개를 단돈 천 원에 드립니다.
무엇이든 붙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지갑을 열었다.
갑자기 깨진 것들의 목록이 생각난 것처럼
간절하게 붙이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저녁 햇빛이
낡은 신발들을 비추고
지하철에서 지쳐 잠든 얼굴들을 비추고
그는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돌과 돌이 붙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붙습니다.
쇠와 쇠가 붙습니다.
유리와 유리가 붙습니다.
저기요, 혹시 마음과 마음도 붙일 수 있나요?
* 나희덕, [의자를 신고 달리는]에서
- 창비청소년시선 1, 2015. 5.22
:
저기요,
그 접착제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오늘밤
술잔과 술잔도
밤새 붙여보게요.
( 211102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