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귀율] 운명을 뒤틀다 (1)
khs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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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02:12
외할머니께서는 오래 전부터 ‘운명’에 관해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매일같이 거실에서 불교나 도교 방송을 틀어 놓으시고,
운명에 관해 나오는 방송이라면 어떤 방송이라도 찾아 보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 사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손금에 대한 책이나 별 점에 관한 책과 같은 수 많은 운명에 관련된 책들을
매일마다 붙잡고 읽고 계셨기 때문에 할머니께 말을 붙일 기회조차도 없는 정도 였습니다.
예전에 어머니께 할머니의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여쭈어 본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약간인지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대답 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예전에 할머니께서는 운명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지만
지금처럼 집착의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저 심심하실 때, 사주 집으로 가셔서 운세나 알아보시는 것이 다 셨다고 하니 말입니다.
할머니의 관심이 집착으로 바뀐 계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이었고 합니다.
정말로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주무시던 중 돌아가셨으니
할머니께서는 운명이 할아버지를 잡아 먹어 버렸다 하시면서
저렇게 운명에 집착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매일마다 운명에 대한 책을 읽으셨습니다.
저도 한 번 들춰 본 적은 있지만 거의 모두가 한자로 되어 있어
단 몇 문장도 읽지도 못했던 지겨운 책을 매일같이 읽으셨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할머니에게 운명에 대한 것 말고도 관심거리가 있다라는 것 입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제 여동생이 바로 그 관심의 대상입니다.
저와는 달리 귀여운 여자애라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는 항상 제 동생과 붙어 있으셨습니다.
학부모 참관 수업도 따라가실 만큼 여동생을 이뻐하셔서 질투가 난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와 부모님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여동생이 평소엔 잘 울지를 않는데, 그 날 따라 엄청 울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제 인생에 있어서 처음 보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여동생을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정말 섬뜩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충격 때문일지는 몰라도 정적의 시간은 너무도 오래 지속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요함을 깬 것은 할머니께서 저희를 돌아보시더니 무언가를 말씀하셨을 때 입니다.
“ 이제 오래 살겠어. 정말 오래 살겠어. “
할머니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동생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방긋한 웃음에도 여동생은 계속 울었습니다.
얼굴을 가리며,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얼굴을 보려 해도, 여동생은 얼굴을 돌리며, 저를 피했습니다.
동생은 계속해서 저와 어머니의 손을 피해 가며 울고 있던 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도저히 모를 때였습니다.
툭
여동생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습니다.
다름 아닌 피였습니다. 피가 제 손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저와 아버지께서 여동생을 붙잡고, 손을 겨우 벌려 본 결과,
여동생의 얼굴은 무언가 예리한 것으로 긁힌 듯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당황스러워 할 때였습니다.
“ 내가 얼굴을 오래 살 상으로 만들어 줬다. 이제 정말 오래 살겠어. “
할머니께서는 그 사건이 있은 후, 몇 주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도 할머니를 따라 정확히 이런 일이 있고 세 달 뒤 자동차에 치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몇 주전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이 넓은 집에 남은 것은 저와 제 어린 여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