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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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치

21 허름한허세 0 491 0 0
(2023년 3월 13일)


봄의 정치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 고영민, [봄의 정치]에서
- 창비시선 439, 2019. 7.25



:
그러하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봄비
퍼붓던 날처럼
맑고 깨끗하기를,

( 23031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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