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넓이,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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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넓이, 이문재

21 허름한허세 0 144 0 0

(2021년 10월 6일)


혼자의 넓이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 이문재, [혼자의 넓이]에서 (10)
- 창비시선 459, 2021. 5.28



:
이어지는 역병을 핑계 삼아
옆으로만 퍼져가는
혼자의 넓이,

랑딸에게
책 좀 읽으라고,
어휘력이 딸린다는
지적질을 받는 요즘,

나는
넓이는 이만하면 되었고
깊이에 집중해야겠다고,
주저리주저리...

가을은
나오라고 흔들어쌓는데,

( 21100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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