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6일)


믿음 조이기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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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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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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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지우고 싶은 날
조용히 운동장을 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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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말하며
이 생각은 그만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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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잊을 정도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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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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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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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아요 같이 걸을까요 날씨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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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오는 사람의 눈을 내가 먼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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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번 주저앉았지만 일어나 마저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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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수연,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에서 (12~13)
- 창비시선 485, 2023. 2.17



:
여차저차하여
두어 달째, 가차븐 처가에서

아내가 차린 저녁을 먹고
함께, 집으로 오는 밤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들러서
착실하게 돌다가 온다

묵묵히, 말이 없어도
꽤나 열심히 걷다가 온다

이것도
행복한 시간이다

( 230316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