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수정분)
허름한허세
0
147
0
0
2021.10.29 14:12
(2021년 10월 29일)
무릎
사막 한 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떄
모래바람 속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들을 보라
도둑같이 죽음이 임할 때
딱 한번 최후진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운명이여,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낙타처럼
낙타의 최후처럼 무릎 꿇게 하라
잠시 또 시간을 허락해준다면
평생 남원평야를 벗어나지 않은 아버지
쌀자루 지는 팔순 무릎처럼,
가까스로 지구를 들어올리는
첫아이의 걸음마 그 처음 무릎처럼
펴서 올리게 하라
비틀비틀 찰나라도
여한 따위 가차 없겠다
* 박신규,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에서
- 창비시선 415, 2017.10.30
:
저물어 가는 가을
영글어 가는 산수유
오늘은
스물 여섯번 째
결혼기념일
무릎 꿇는 일 없도록,
잊지 말아야 할
( 211029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