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래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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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해변

21 허름한허세 0 158 0 0

(2021년 11월 3일)


바람아래해변


물을 좋아하는 너와
바람을 좋아하는 내가
물처럼 살 수 없고
바람처럼 가벼울 수 없을 때

너보다 더 낮은 곳에 물이 있고
나보다 더 높은 곳에 바람이 있다는 걸
바람아래해변에 가서야 겨우 알았다

바람은 해변 아래서만 불고
물은 해변 아래서만 흘렀다

어떤 이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 물이라 하고
누구는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것이 바람이라 하지만

바람아래해변에선
모든 것이 바람 아래라는 것을
바람아래해변이 말해준다

바람이 불지 않고는
어떤 생각도 밀물처럼 밀려오지 않고
바람 없이는
어떤 후회도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는

바람아래해변에서

바람을 맞고도
너와 나는 물처럼 하염없다

* 천양희, [지독히 다행한]에서 (46~47)
- 창비, 2021. 3.31



:
바람이 불지 않고는
어떤 생각도 밀물처럼 밀려오지 않고

하염없다
물 생각
바람 생각

어젯밤
생각

( 21110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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