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벌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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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 14:08
(2022년 4월 12일)
형의 벌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누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던 형이 물었다
아무것도 안할 수 있을까?
오후의 늦은 햇살을 느끼거나
돌아오지 못할 작년의 봄을 떠올리거나
남은 한해 동안 무얼 먹고 살지 걱정하는 것까지
모조리 안할 수 있을까?
형은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무것도 안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에서
- 창비시선 421, 2018. 6. 8
:
우연히 들른
시민체육공원 자락에서
드디어
진달래를 만나다
앵두나무랑
므찐 노을 하늘도 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제
저녁 산책길은.
( 2204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형의 벌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누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던 형이 물었다
아무것도 안할 수 있을까?
오후의 늦은 햇살을 느끼거나
돌아오지 못할 작년의 봄을 떠올리거나
남은 한해 동안 무얼 먹고 살지 걱정하는 것까지
모조리 안할 수 있을까?
형은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무것도 안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에서
- 창비시선 421, 2018. 6. 8
:
우연히 들른
시민체육공원 자락에서
드디어
진달래를 만나다
앵두나무랑
므찐 노을 하늘도 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제
저녁 산책길은.
( 2204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