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7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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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남겨진 기척들을 모조리 쓸며 저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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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둘 것이 사라지고
둘 데 없는 눈들이 조금 먼 데를 바라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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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라도 삶이라는 덩어리를 어깨에 메고 짐승의 그림자처럼 터벅터벅 걸어와도 무방할 저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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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뭉개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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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나를 밀쳐놓았다가도 아픈 데가 있으면 들여다보듯 오늘이 이 저녁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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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면 모든 것이 뭉개진 사방인데 한낮에 벌인 사투의 현장에 조금 남아있는 붉은빛에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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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을 틀어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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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녁이 한 사람의 육신을 달래는 동안
한 사람이 한 저녁의 신전을 뉘이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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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메는 일보다 더 어두컴컴한 일은 없다고 어깨를 털며 저녁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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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물 없는 손을 잡은 것처럼 이 저녁이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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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형, [잘디잘아서]에서 (40~41)
- 도서출판 상상인, 2022.11.25


:
대책 없는
저녁이 오면

나는
육신을 달래러

먼 데를 바라보며
그곳에 간다

( 2303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삼성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본 삼정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