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한국방문
재무부는 미 경제·금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도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조직이다. 칼날은 이들 국가의 거래국뿐 아니라 동맹국조차 가리지 않는다. 2014년 이란과 거래한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에 무려 89억달러(약 9조원)의 벌금을 때렸다. 지금도 러시아는 달러결제망 배제 등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도 여러 제재에 시달린다. 현재 미 달러는 세계 교역의 약 80%, 외환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 재무부가 기축통화국 지위와 세계 패권을 떠받치는 버팀목인 셈이다.
미 재무부의 수장인 재닛 옐런 장관이 일주일 후 한국을 찾는다. 그는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대러·대북 제재 등을 언급할 게 뻔하다. 미 재무부는 “미국 및 글로벌 소비자들의 물가를 낮추고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추가 부담 비용을 물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압력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만 추가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이명박정부는 그해 10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단번에 분위기를 바꿨다. 환율이 안정되고 외국인 자본이탈도 잦아들었다. 당시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미국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만나 고마움을 표시하자 그는 “양국 정상 간 돈독한 신뢰관계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답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5월 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옐런 장관의 방한을 계기 삼아 통화스와프의 물꼬를 트고 위기 극복의 전기도 마련하기 바란다. / 주춘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