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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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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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은 분단이란 초강력 처벌을 받았던 독일과 달리 오히려 전후 수혜국이 됐다. 한국전쟁 ‘덕분’이다. 이를 발판 삼은 일본의 찬란한 경제는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직격탄을 맞았다. 극단적 엔저로 수출 호황 속 흑자를 거듭하자 과도한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환율을 손봤다. 미국이 엔화 등을 평가절상해 달러 가치를 낮추자 일본에선 엔고로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해외로 이전했고, 시중 돈은 외국 부동산 쇼핑과 주식 투자로 쏠렸다. 곧 자산 가치의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1990년을 기점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0년 4만에 육박하던 닛케이지수는 13일 현재 2만6843에 그친다.

이때부터 일본을 수식하는 ‘잃어버린’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잃어버린 시리즈는 20년으로 연장됐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엔저가 가져온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돈을 극단적으로 푸는 양적완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했다. 엔저로 인바운드 관광객은 늘어났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대내외 지표가 잠시 개선됐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미국은 금리를 ‘빅스텝’으로 올리는 중이지만, 일본은 초저금리를 고수한다. 이른바 ‘디커플링’으로 엔화 가치는 13일 달러당 126엔대으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금 엔저는 오히려 일본 경제에 독이 된다는 평가다. 예전에야 엔저가 수출 흥행→기업이익 증가→주가 상승으로 연결됐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데다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 폭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해 ‘나쁜 엔저’가 된 것이다.

최근 전쟁에서 엔화는 ‘굴욕’도 당했다. 보통 기축통화에 버금가는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위기에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 약세 현상은 이례적으로 더 심해졌다. 엔화가 안전자산이란 정설이 깨진 셈이다. 일본은 직장인 평균 월급이 30여 년 전과 비슷한 데다 1인당 국민소득도 작년 기준 4만 달러로 한국(3만5000달러)에 추월당하기 직전이다. 자국 경제전문가는 30년을 넘은 잃어버린 40년, 초장기 디플레이션의 덫에 갇혀 중진국으로 추락하는 게 아니냐며 한탄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경제지표 악화에도 인구가 1억3000만 명인 일본은 내수로도 버티기는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도 1.34명으로 우리(0.84)보다 높다. - 이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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