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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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범죄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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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 워런 버핏의 초창기 자금줄은 보험사였다. 그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이자 한 푼 안내고 고객 돈을 활용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재무구조에 주목했다. 보험사의 ‘잠자는 돈’을 기업사냥 종잣돈으로 활용한 것이다. 보험사의 ‘눈먼 돈’은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몇 달간 쥐꼬리 보험료를 내고 수백 배 보험금을 타내면 로또 같은 횡재가 된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도 ‘로또 보험금’을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탓에 계획이 꼬였다. 사망보험금 지급 거절에 화가 난 이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그것이 통하지 않자 방송사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보험사의 횡포’를 제보했다가 살인 사건 용의자 신세가 됐다.

▶보험은 선의에 기반해 다수의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다. 하지만 악용에 취약하다.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 보험 용어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세계 1위다. 보험에도 숱한 범죄 사례가 있다. 1975년 언니, 형부, 조카를 방화로 살해하고 시동생마저 우유로 독살한 박분례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첫 살인 사건이다. 2000년대 초 남편 2명, 어머니, 오빠를 실명케 하고 살해해 보험금 5억8800만원을 타낸 전직 보험설계사 엄씨 사건은 역대 최악의 보험범죄로 분류된다.

▶보험사가 부실한 상품 설계로 모럴 해저드를 자초하기도 한다. 1990년대 말 삼성생명은 여성 요실금 보험을 내놨다가 2조원대 손실을 봤다. 중년 여성 사이에 ‘돈도 벌고 남편 사랑도 받는 일석이조 보험’이라고 소문나면서 200만명이 가입해 이른바 이쁜이 수술을 받았다. 요즘엔 27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골칫거리다. 보험료를 매년 13%씩 올려도 보험금 지급액이 더 커 10년간 100조원대 적자를 떠안아야 할 판이다.

▶취업난 탓인지 20대 청년들의 보험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에 붙잡힌 보험사기꾼 5명 중 1명이 20대였다. 1년 새 33% 급증했다. 10%대 낮은 적발률이 보험사기를 더 부추기는 요인이라는데 강력한 방패가 부상하고 있다. 전직 경찰 수백명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이 떠맡았다. 사고 이력 수천만 건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보험금 청구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분석해 사기 용의자를 색출해 낸다. 이런 시스템이 진작에 개발됐다면 이은해 사건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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