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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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이 위험하다

27 폴라리스 0 211 0 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았다. 이번처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두 차례 이상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도 치솟는 물가를 잡고,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코로나19 사태로 2년 더 연장됐지만 이제 완전히 끝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기에 가장 우려되는 이들은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 그중 부동산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30대다. 전체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40% 초반으로 최근 2년 사이 10% 포인트나 높아졌다. 서울의 10억원짜리 아파트(평균 매매가격)를 영끌해 샀다고 가정해보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 시중은행에서 4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월 150만원 정도를 이자로 부담하고 있을 터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말에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7%에 이를 경우 이자 부담은 월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버티기 힘든 액수다.

사실 영끌 또는 ‘갭투자’는 함정이 있다. 바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은 부동산값 상승과 저금리가 겹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부동산 조정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30대 영끌족의 선택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전 하우스푸어들이 겪었던 고통을 감수할 만큼 이들에겐 ‘벼락거지’에 대한 공포가 컸다. 결혼 적령기인 30대 상당수는 무리해서라도 빚을 내 집을 사지 않으면 주거 계층 사다리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최근 들어 부동산 관련 블로거나 유튜버들은 영끌족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내놓는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많아 영끌족의 머리만 복잡하게 만든다.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하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0.5% 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일부라도 먼저 갚으려 해도 대출 개시 3년이 안됐기에 물어야 하는 수백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는 배보다 더 큰 배꼽이다.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2년을 버텨야 하지만 그사이 집값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가지고 있는 집을 임대로 돌리고 싼 월세를 찾아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조언도 있다. 그러나 추후 주변에 공급이 대량으로 이뤄져 전세가격이 급락했을 경우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소송을 당하거나 경매에 처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부동산값도 하락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한다. 유동성이 빠지면 환금성이 높은 주식부터 처분한 뒤 부동산을 판다는 것이다. 코스피는 전년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진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는데도 금리 장사로 수년간 사상 최대 이익을 얻은 시중은행은 새로운 영끌족을 유치할 궁리만 하고 있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을 늘리기 위해 만기를 각각 40년과 10년으로 늘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렇게 누군가가 새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부동산값 폭락을 막을 수 있고 금융대란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60조원이었다. 금리가 1% 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 18조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대출 이자율이 7%를 넘어도 버틸 수 있는 고소득층이거나 ‘부모 찬스’로 이자 상환이나 전세금 반환 걱정을 덜하는 30대 영끌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극한 상황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 한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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